화식 사료가 뭐지? - 3 (‘잠재적’ 장점)
1편을 아직 안 읽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 해 주세요.
이번 시간에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식이 가질 수 있는 잠재적인 장점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화식의 ‘잠재적' 장점 1 - 높은 기호성
1편 마지막에서 언급했던 설문 조사 기억하시나요?
거기서 보호자들이 집밥을 선호하는 이유의 17% 는, 반려동물이 가정식을 일반 사료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 때문이였어요.
즉 이 설문에서 5명 중 1명 정도는 화식의 기호성이 더 좋다고 느낀 것이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화식이 기존 사료보다 기호성이 좋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한 연구는 아직 없어요.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화식이 기존의 사료보다 기호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많은 보호자분들 또한 "우리 아이는 일반 사료는 먹지 않고 화식만 먹어요!"라고 이야기해 주시곤 합니다. 이런 경험에 미루어 보았을 때, 화식이 그 맛과 질감에서 반려동물에게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아요.
다만 어떤 애들은 기존 사료 (건사료, 캔사료) 를 더 선호하기도 한답니다.
화식의 ‘잠재적' 장점 2 - 장내 균총 다양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 건강은 반려동물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체로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이 증가하면 건강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죠.
미국의 일리노이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2022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화식을 섭취한 반려동물의 장내 균총은 일반 사료를 먹는 경우에 비해 균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향상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30종 이상의 균종과 165개의 박테리아 대사 경로에 변화가 관찰되었다고 해요 (6).
2021년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화식으로 전환한 후 장내 균총에서 70여 가지의 균종이 증가했어요 (7). 특히 유익균으로 분류되는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의 증가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 유익균들은 유산균 제제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죠. 또한 이 연구에서 보호자가 주관적으로 더 건강해졌다고 느끼는 강아지와, 장내 락토바실러스 사이에 강한 상관 관계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들에서는 화식을 먹었을 때 유익균뿐만 아니라, 흔히 유해균으로 분류되는 대장균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이는 화식이 장내 미생물 균총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요.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야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화식의 ‘잠재적' 장점 3 - 피부 개선
화식 섭취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하고 있어요.
한 연구에서는 화식을 섭취한 반려동물이 일반 건조사료를 먹은 반려동물에 비해 피부 경피 수분 손실도 (TEWL) 가 감소했어요 (6).
간단히 말하면 화식을 먹은 반려동물의 피부가 더 촉촉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화식이 피부 보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화식을 먹이다가 일반 건사료로 변경한 반려동물의 피부의 미생물 균총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했어요 (8).
2014년 미국 수의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알러지가 있는 강아지의 경우 피부 미생물 균총의 다양성 지표가 낮았습니다 (9).
이러한 결과로 보았을 때, 피부 균총의 다양성 감소는, 피부 장벽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연구들은 화식 섭취가 피부 상태에 가질 수 있는 영향을 보여주지만, 피부 상태 변화와 식단 간의 명확한 인과 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알러지에 의해 세균총의 다양성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낮아진 다양성이 알러지를 유발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기에 더욱 면밀하게 조사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피부의 미생물 균총이 다양할수록 피부 장벽이 건강하게 유지된다'라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도 비슷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화식의 ‘잠재적' 장점 4 - 일반 사료보다 낮은 염증 유발
여러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맛있게 지글거리는 스테이크의 겉면이 갈색으로 타는 것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에요. 마이야르 반응으로 최종 당화 산물 (AGEs) 라는 것이 생기게 되는데요. 사람에서는 이 AGEs 가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만성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사람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을 가진 강아지에게도 이 AGEs 수치가 높게 나타납니다 (10).
놀랍게도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에 포함된 AGEs 의 일종인 CML와 HMF 수치는 사람이 먹는 가공식품(소시지, 시리얼 등)과 유사한 수준이며, 몸무게로 환산하면 강아지의 경우 무려 사람의 122배, 고양이의 경우 38배에 달합니다 (10).
이는 주로 고온에서 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AGEs 수치가 증가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연 그대로의 식품 (whole food)를 섭취할 때, 체내의 염증이 줄어들고 면역력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기존 사료를 가공식품에 가깝게 생각하고, 화식을 자연에 가까운 식품, 혹은 덜 가공된 식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의 한 화식 사료 회사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화식을 섭취한 강아지들은 건사료를 먹은 강아지들에 비해 염증 지표 (TNF-α : IL-10) 가 낮았어요 (11). 그리고 이 논문의 저자는 낮은 수치가 AGEs 와 연관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덜 가공된 식품을 섭취했기에, 몸에서 염증반응이 적게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감염을 청소하고 (infection clearance) 상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IL-8 수치도 증가하였는데, 이를 연구진은 '화식이 선천 면역 반응 (innate immune response) 을 증진시킨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보았을 때, 반려동물이 어떤 사료를 섭취하는지와 AGEs 수치와의 상관관계는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동물에서 AGEs 수치에 대해 살펴본 연구가 많지 않기에 이러한 연관성을 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화식은 이렇게 장점 및 '잠재적' 장점이 많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도 당연히 있답니다.
다음 4편에서는 화식의 단점에 대해 다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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