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 리콜의 역사 - 3 (영양소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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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펫푸드 리콜의 역사 - 2' 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영양소 불균형 (제조 실수)
제조사의 제조 실수로 인해 영양소가 부족, 또는 과다해서 리콜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장 흔한 제조 실수에 의한 리콜로 비타민 B1 (티아민) 부족, 그리고 비타민 D 과다가 있답니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일어났던 모든 리콜 사태를 분석했더니, 비타민/미네랄 관련 리콜의 반 이상이 비타민 B1 부족, 또는 비타민 D 과다 였답니다.
비타민 B1 (티아민) 부족
왜 티아민 관련 리콜이 자주 일어났을까요?
티아민은 온도에 민감해서, 사료의 고온 가열 공정 중에 많이 파괴 됩니다. 기존 연구 및 AAFCO 에 의하면 최대 90%까지 가공 과정에서 티아민이 소실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높은 소실율을 감안하여 댕냥이가 필요로 하는 최소 함량의 몇배를 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티아민이 부족한 사료가 나와서 리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고양이는 티아민 요구치가 강아지보다 2.5배 정도 높아서 상대적으로 티아민 부족에 노출 되기 쉽습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티아민 관련 리콜은 고양이 사료가 대상이었습니다.
여러 증례 보고들에 의하면, 티아민이 체내에 심하게 부족하면 병변으로 회백뇌연화증 (polioencephalomalacia) 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증상으로 신경학적 이상 (운동 실조, 보행 이상, 간질, 고개 숙임) 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리콜이랑 비교 했을 때 티아민 부족은 치료가 가장 쉬운 편에 속합니다. 병원에서 비타민 B 주사를 준 다음, 집에서 비타민 B를 먹였더니 대부분 증상이 호전 되었답니다.
흥미롭게도 한 연구에 의하면 캔사료의 세부 형태에 따라서도 티아민 소실 정도가 달랐습니다.
캔사료도 파테 (paté) , 덩어리 있는 것 (chunks), 잘게 조각난 것 (shredded)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 파테가 티아민 함량이 가장 낮았어요. 저자는 추측컨대 아마 파테가 균등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가열 과정에서 열이 고루 퍼져서 소실율이 높은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온에 의해서 티아민이 많이 파괴가 된다면, 저온 조리법에 의한 사료는 어떨까요? 실제로 한 사료회사에서 화식 방법으로 조리하고 티아민 함량을 측정했더니 87%가 보존 되었어요 (13% 소실).
앞으로 펫푸드 시장에서 가공을 덜 거친 사료들 (화식, 생식) 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추정 됨에 따라, 티아민 부족에 의한 리콜 사태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비타민 D 과다
비타민 D는 한국인의 결핍 영양소 1위로 알려져 있어요. 약 90%의 한국인이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해요. 아침 일찍 통학/통근 하고, 저녁 늦게까지 야자/야근해서 햇빛을 받지 못 하는 한국인의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과 다르게 댕냥이들은 일광욕을 해도 피부를 통한 비타민 D 생성이 잘 안 된답니다. 물론 털 때문에 햇빛이 가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피부에 있는 특정 효소 때문에 비타민 D 생성이 제한적이에요.
따라서 식이를 통해서 비타민 D를 공급해주는게 사람보다 더 중요합니다. 비타민 D는 칼슘, 인 대사 및 면역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체내에 필수적이랍니다.
왜 비타민 D 과다에 의한 리콜이 많았을까요?
비타민 D는 흔히 말하는 안전 마진이 좁은 미량 영양소에 해당 되어요. 즉 최소 요구량과,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최대 허용량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요. 지용성 비타민 중 하나라, 과다하게 먹으면 배출되지 않고 체내 지방에 쌓여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래 괴발개발로 그려놓은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건사료 보다는 캔사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더 쉽답니다. 캔사료의 경우 수분 함량이 65~85% 정도라 물의 희석 효과가 커요. 따라서 칼로리 측면에서는 들어가는 영양소 양이 조금만 변해도 변동폭이 크거든요. 이 부분 때문에 대부분의 비타민 D 리콜은 캔사료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답니다.
비타민 D 과다 리콜의 경우 과거에도 여러번 일어 났었지만 (1999년, 2006년), 2010년에 일어난 리콜이 특이했던 점이 있었어요. 바로 축산동물 (돼지, 닭) 사료용 비타민 D 원료가 댕댕이 사료에 실수로 혼입 되었던 것이었어요.
비타민 D는 형태가 여러가지인데 일반적으로 펫 사료에 많이 쓰이는 형태는, 양모에서 채취한 라놀린에서 추출한 콜레칼시페롤이에요. 그런데 이 축산동물 사료용 비타민 D는 칼시디올이라는 다른 형태였거든요.
이 이유로 아픈 강아지들이 전형적인 비타민 D 중독의 증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료내 콜레칼시페롤 함량은 정상으로 나왔고 나중에 칼시디올이 문제를 일으켰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비타민 D 과다에 의한 독성은 유럽쪽에서도 많이 보고 된답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모두 고양이들이 캔사료를 먹고 비타민 D 중독을 일으킨 증례 보고 사례들이 있어요. 이 때 고양이들은 전형적인 비타민 D 중독의 증상인 우울증, 허약, 식욕부진, 다음다뇨 등을 보였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가장 유명했던 비타민 D 리콜건으로는 2019년에 일어났던 힐스의 대량 리콜 사태가 있어요. 이때 많은 일반 캔사료들 및 처방 캔사료들 (33개 라인) 이 리콜 대상이었답니다.
원인은 힐스가 아니라 힐스가 사온 비타민 프리믹스 원료에 있었어요. 알고보니 원료 공급업자가 비타민 프리믹스를 만들 때 실수로 비타민 D를 과다하게 넣었던 것이지요. 다만 힐스가 안전 확인 절차에서 빼 먹은 부분이 있는 것이 발견 되어서, FDA로부터 시정 조치 명령를 받았답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 사료라고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리콜 경험이 없는 회사가, 있는 회사보다 꼭 낫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슈가 생기기 전에 회사에서 먼저 발견하고,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즉 이런 회사들은 후속 조치 체계가 잘 작동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한 리콜을 통해 실수로부터 배우면서 더욱더 안전한 사료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입니다. 다음편은 흥미로우면서도, 조금은 슬픈 '원인 불명' 리콜 사례들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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