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 리콜의 역사 - 6 (살리노마이신)
전편 ‘펫푸드 리콜의 역사 - 5 (한국편)’ 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편부터 보실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 해주세요.
https://www.vetchae.com/pespudeu-rikolyi-yeogsa-1/
번외편: 고양이 살리노마이신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번 고양이 집단 폐사 사태의 원인이 살리노마이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중간 검사 결과에서도 음성으로 나왔어요.
다만 살리노마이신을 원인으로 걱정하시는 집사님이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과거에 나온 논문들을 살펴 보았어요.
고양이에서 살리노마이신 중독을 다룬 논문 두 개가 있어요.
두 논문 다 1996 - 1997년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1999년에 쓰인 논문은 네덜란드 케이스를, 2010년에 쓰인 논문은 스위스 케이스를 다루고 있어요.
먼저 1999년 논문부터 살펴 볼게요.
1996년 네덜란드 (1)
1996년 중순 갑자기 동물병원에 신경증상으로 내원하는 고양이들이 급증 하였어요.
이 고양이들은 뒷다리 급성 마비 증세를 보이다가, 심한 경우 앞다리 마비 증세 및 호흡곤란을 보였답니다.
곧 이 고양이들이 전부 같은 사료를 먹고 있음이 밝혀져서 2주 이내에 전량 리콜 실시 후 원인 분석을 위한 조사가 시작 되었어요.
이 시기에 네덜란드에서 급성 마비 증세를 보였던 고양이는 823마리 였어요. 그리고 잠재적으로 위험 가능성에 노출된 고양이가 10만마리로 추산 되어서 (팔린 사료량과 반품 되지 않은 사료량에 기반하여 추산), 발병률은 약 1% 정도로 추정 되었어요.
여러 독극물 검사를 한 결과 살리노마이신이라는 항생제가 비타민 프리믹스에 440 ppm 검출 되었고, 최종 사료에 13 ~ 21 ppm 검출 되었어요 (역산하면 비타민 프리믹스가 약 4%의 비율로 사료에 첨가 된 것으로 추정).
그리고 죽었던 고양이들을 부검한 결과 위 내용물, 간, 신장에서 살리노마이신이 0.1 - 0.3 ppm 검출 되었어요.
댕냥이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걸릴 수 있는 기생충 중에 콕시듐이라는 것이 있어요.
살리노마이신은 이온 운반체 (ionophore) 항생제로, 산업동물 (특히 닭) 에서 항콕시듐제 및 체중 증가용도로 쓰여요.
아팠던 고양이 중에 7마리의 고양이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수의대학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어요.
그 중 4마리는 심각한 증상 (사지마비와 급성 호흡 곤란 등) 을 보였어요.그리고 7마리 고양이 중 1마리만 혈액 검사 이상 소견 (미약한 저칼륨혈증 및 백혈구 증가증) 을 보였어요.
최종적으로 7마리 중 2마리는 죽었고, 나머지 5마리는 증세가 나아져서 퇴원 했어요.
이 고양이들의 증세 관련해서 보호자와 수의사의 증언이 같았는데, 모두 뒷다리에서 급성 마비가 시작한 다음에, 심각한 경우 앞다리까지 영향을 받았어요.
아래는 네덜란드 논문의 결론에서 발췌한 부분 입니다.
급성 다발성 신경근병증 발병과 관련된 사료에는 16-21 mg/kg 수준의 살리노마이신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임상 증상 발병 후 24-48시간 후에 사망한 고양이의 위 내용물과 간에서 검출 가능한 수준의 살리노마이신이 존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네덜란드 논문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살리노마이신이 비타민 프리믹스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부분이었어요.
즉 사료 원료로 쓰인 닭고기가 살리노마이신에 오염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비타민 프리믹스에 실수로 섞인 것으로 보여요.
1997년 스위스 (2)
2010년에 스위스에서 출간된 이 논문은 한 참 전에 일어났던 1997년 케이스들을 다시 되짚어 본 논문이에요.
위의 네덜란드 논문과 중복되는 부분의 내용은 생략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과거에 살리노마이신 중독으로 아팠던 66마리의 고양이 케이스를 리뷰 했어요.
66마리 고양이 모두 하위 운동 신경원 (LMN) 질환 증상을 보였어요.2/3는 하지 마비 증상을 보였고, 1/3은 사지 마비 증상을 보였어요.
위의 네덜란드 사례처럼 모든 고양이의 경우 하지마비는 있었고, 1/3은 추가로 전지 마비를 보였던 것이지요.
66마리 중 2/3 (42마리) 는 혈액검사 와 뇨검사 결과가 있었어요.이 중 1/2 (20마리) 이 혈액검사가 비정상이었어요.
가장 흔한 이상 소견으로 CK 증가 (17 마리), 백혈구 증가 (11 마리), 그리고 간 수치 증가 (9 마리) 가 있었어요.
CK 증가는 근육 손상 때문이에요. 살리노마이신 독성에 의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장기가 근육들 (골격근, 심근) 인데, CK는 근육이 손상되면 흘러나오는 효소거든요.
백혈구 증가는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추측 되었어요. 고양이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동물이라 병원에 오는 것만으로도 종종 이 수치가 치솟거든요.
간 수치 증가는 간 손상 때문이에요. 살리노마이신은 간에서 대사되고, 대부분 간에 저장되어요.
마지막으로 부검 결과 모든 고양이에서 심근 손상이 관찰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고양이들이 미오글로빈뇨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사람과 말은 이온 운반체 항생제 (살리노마이신 계열) 에 중독 되었을 때 미오글로빈뇨를 보였었거든요.
이 부분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논문에서는 뇨검사 언급이 없는걸로 봐서 관련 데이터가 없는 듯 해요.
자, 살리노마이신 관련 논문 2편을 살펴 보았어요.
진짜 당분간은 펫푸드 리콜 관련해서는 글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없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다른 재밌는 내용으로 또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