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내 곡물은 죄가 없다!
1줄 요약: 곡물은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사료 원료에요
오늘은 반려동물 사료 내의 곡물에 대해 얘기 나눠보려고 해요.
제가 있는 미국에서는 옥수수가 워낙 싸다 보니까, 한국의 라면처럼 저급 식자재로 인식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보호자 여러분도 사료 내의 곡물이 저급 원료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대체 어쩌다가 곡물이 나쁘다는 인식이 퍼진 걸까요?
제 생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먼저 2007년에 오염된 밀 원료로 인한 대규모 사료 리콜 사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 돼요 (‘펫푸드 리콜의 역사’ 1편 참조).
이 때부터 사료 내의 밀 원료에 대한 불신이 싹 트지 않았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봅니다.
두번 째로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려는 작은 사료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 시작 되었다고 생각해요.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료들은 옥수수와 밀처럼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료를 써서 만들어져 왔어요. 반면 프리미엄 사료 시장을 노리는 중소 업체들은 감자나 완두콩처럼 희소하고 값비싼 원료를 쓰기 시작했죠.
이 때 쓰인 마케팅 문구는 "곡물류는 단순히 칼로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료에 첨가된 저급한 탄수화물원이다" 로, 다소 자극적이었어요.
문제는 이런 새로운 원료들 (감자, 콩류) 의 장기적인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수십 년에 걸친 식이 실험이나 소화율 연구 같은 게 부족하다는 얘기죠.
저는 사료에 옥수수가 들어가는 걸 전혀 우려하지 않아요.
옥수수는 필수 지방산인 리놀렌산 (오메가 6의 일종) 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식단 균형을 맞추기에 좋은 식품이에요.
다만 반려동물 피부 건강에 중요한 오메가 3 지방산이 거의 없어서, 옥수수를 다량 사용하는 일부 사료들은 필수 지방산 밸런스가 맞지 않을 시에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옥수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옥수수의 지방산 조성 때문에 그런 것이기 때문에 잘 만든 사료에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답니다.
또한 가공된 옥수수 원료는 강아지와 고양이 둘 다한테 아주 높은 소화율 (97% 이상) 을 보여주었어요 (1, 2). 따라서 인터넷에 떠도는 "옥수수는 소화율이 낮다" 또한 근거 없는 얘기랍니다.
혹시 글루텐 불내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질환은 뮤지션인 윤종신님이, 병환을 앓고 있음을 고백하면서 유명해진 크론병과도 연관이 있어요.
글루텐은 식물성 단백질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에요.
글루텐 불내증 환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밀, 호밀, 보리에 들어있는 특정 글루텐인 글리아딘이에요.
반면 쌀이나 옥수수의 글루텐에는 아무 문제가 없죠.
그렇다면 밀에 있는 글루텐 (글리아딘) 을 걱정해야 될까요?
글루텐 불내증은 강아지 중에 아이리시 세터나 휘튼 테리어종에서 보고된 바 있지만 (3, 4), 고양이나 다른 개들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어요.
즉 댕냥이한테서는, 사람만큼 글루텐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 애기가 곡물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떻해요?
많은 보호자들이 댕냥이가 사료를 먹고 무른 변이나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보일 때 음식 알레르기를 걱정하시는 것으로 알아요.
근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음식 알르레기 때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소화율이 낮은 사료를 먹이거나 장내 세균총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면 해당 성분은 피해야 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더 흔한 식이 알레르기의 원인이에요.
따라서 옥수수 알레르기는 소고기, 닭고기, 유제품 등 다른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알레르기보다 훨씬 덜 흔하답니다 (5).
사료 내 원료로 곡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원료로서 곡물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곡물은 단백질, 필수 지방산, 비타민,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이며 장 건강에 필수적인 식이섬유도 풍부해요. 적절한 섬유질은 대장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이쁜 똥을 싸는데 중요하지요.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의 바로미터가 바로 황금 똥 아니겠어요?
정리하면, 곡물은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사료 원료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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